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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을 덮친 허리케인 이준석

        
태풍보다 더 센 게 허리케인이다. 태풍은 폭풍우를 동반하며 바람과 물이 힘을 합쳐 휩쓸어 버리지만 허리케인은 바람의 중심에 힘이 모아져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하늘로 빨아올린다. 수km의 반경 안에 들어있는 모든 물체는 큰 빌딩조차 뽑아내는 무서운 힘을 과시한다. 인간의 힘으로 이를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은 천재지변의 위력이다. 이번에 제일야당 국민의 힘 당대표 선출을 둘러싼 예선을 강타한 이준석의 돌풍은 가히 허리케인 급이다. 초선의원이 주축이 된 몇몇 젊은이들이 도전을 선언했을 때 중진급 주자들은 코웃음을 쳤다. 50년 전에 야당이었던 신민당에서 김영삼 김대중 이철승 등 세 사람이 ‘40대 기수론’을 내걸고 기득권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권위에 가득 찬 유진산총재는 구상유치라면서 관심을 껐다. 그러나 혁신을 바라는 국민과 당원의 열화 같은 성원은 대선후보 경선에서 흥행을 일으키며 엎어졌다 뒤집어졌다 하면서 뒷전에 서있던 김대중의 극적인 승리를 보여줬다. 수락연설문까지 써놨던 김영삼은 허탈했지만 승복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때부터 양김의 경쟁은 20년이 지난 후에야 빛을 보며 막을 내렸다.

최고지도자로 각광 받았던 이철승은 결선에서 김대중을 밀었으나 호남맹주의 자리를 헌납하고 지도자로서 더 이상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번 국민의 힘 대표경선은 당시와 상황이 비슷하다. 이준석은 ‘85년생 서른여섯의 젊은이다. 처음 정계에 등장하면서부터 약간의 화제를 던졌다. 하버드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수재로 알려졌다. 서울노원구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했으나 보선까지 합치면 세 번을 낙선했다. 국민의 힘에서 가장 척박한 지역구인 것은 틀림없지만 낙선만 거듭하다보면 잊힌다. 그러나 그가 젊음의 패기를 잃지 않고 감히 넘보기 어려운 당대표에 도전한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포착할 줄 아는 정열과 판단력일 것이다. 더구나 지난 시장보선에서 오세훈과 박형준의 승리를 보면서 바람을 탔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오직 문빠들의 영향력 하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반성하는 척하다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원내대표는 친문이 차지했으나 당대표는 친문이면서도 뭔가 변화를 추구하고 싶은 송영길이 신승했다. 그러나 송영길의 변화는 곳곳에서 저항을 받는 모습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내년 대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법무부장관 박범계는 조국사태를 의식하지 않고 오직 검찰개혁과 언론개혁만을 구두선처럼 되뇐다. 그 일환으로 기업 및 공직비리 등 6대범죄를 수사하려면 법무부장관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검찰조직 개편안을 내놨다. 17개 지검형사부와 25개 지청은 ‘정권비리 수사를 제도적으로 통제하려는 발상’이라고 반발한다. 중앙지검도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위반이라는 내부의견을 모았다. 여기에 불붙이는 ‘조국의 시간’과 ‘한명숙의 진실’이라는 자서전이 출판될 예정이다. 거짓과 오만 그리고 내로남불의 뻔뻔함이 묻어나는 자기변명이 된다면 친문들은 환영할지 몰라도 국민의 환호나 동정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에 국민의 힘은 아직 결말이 난 것은 아니지만 예선의 결과만으로도 이준석의 약진은 충분히 허리케인 급 돌풍이다. 50대50의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에서 41%를 얻어 1위를 차지했지만 본선에서는 당원투표가 70%로 높아진다. 2위의 나경원이 주호영 홍문표 조경태의 표를 모두 흡수한다면 역전이 가능한 수치다. 그래서 합종연횡(合從連橫)을 예견하는 사람도 있다. 정치판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겠지만 이것은 국민의 힘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꼴이 된다.

국민들은 이준석이 좋아서가 아니라 침잠한 야당에 새로운 바람이 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소득주도성장론, 일자리창출론 등 손을 대는 정책마다 국민의 희망과는 정반대로 나가 실직자는 늘어나고 국민소득은 땅바닥을 치고 있다. 고용증대는커녕 월세조차 들어가기 어려운 딱한 실정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여론이 높다. 내년 3월이면 대선을 치러야 한다. 야당에게 절대 절명의 호기가 도래했는데 현재의 국민의 힘은 대선주자 하나도 변변하지 못하다. 윤석열 대망론도 가지들이 엉켜있어 애매하다. 그러나 이준석의 등장이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공산이 크다. 경선주자들이 이준석을 밀어내기 위해서 한 사람을 몰아주는 것은 떳떳한 경쟁이 아니다. 오히려 이준석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하는 후보가 나와야 국민의 힘이 사는 길이다. 프랑스 대통령이나 오스트리아 핀랜드는 이미 30대의 총리가 출현했다. 다만 이준석이 유승민계라는 점이 꺼림직 하다. 스스로 탈계보를 선언하는 게 옳다. 30대의 야당총수는 역대 최초다. 이준석의 책임이 막중하다. 6월11일 당대표 본선에서의 승리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다만 국민들은 새로운 변화를 선택하고 싶어 한다.
                                               전 대 열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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