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경기도민 여러분,
독립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오늘은 76번째 맞는 광복절입니다.
일제의 폭압에 굴하지 않고 목숨 바쳐 맞서 싸운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이 땅에서 평화와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독립유공자, 유가족 후손 여러분들께
진심어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얼마 전 언론을 통해
경기도의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 故 이석영 선생께
직계후손이 남아있다는 사실과,
가족이 흩어져 어렵게 살아야 했던 사연이 알려졌습니다.
이석영 선생은 경술국치가 일어난 1910년 12월 30일
전 재산을 처분해 중국으로 망명, 경학사와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우당 6형제'(건영·석영·철영·회영·시영·호영)의 한 분이십니다.
형제들이 세운 신흥무관학교는 항일무장투쟁의 요람으로
김좌진·이청천·이범석 장군을 비롯한
3,500여 명의 독립군 지휘관과 전사들을 배출했습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독립지사와 후손들이 그러했듯
조국의 광복과 맞바꾼 그 분들의 삶은
온통 피투성이 가시밭길이었습니다.
상해 빈민가에서 생을 마치고
후손마저 끊긴 줄 알았던 이석영 선생의 후손들이
지금이라도 뿌리를 찾을 수 있어 참으로 다행스럽고 감사합니다.
독립운동 선열은 대한민국의 뿌리이자 자긍심입니다.
경기도는 '특별한 희생엔 특별한 보상'이라는
민선7기 도정철학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도록
우국독립지사와 후손들께
지방정부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예우를 다할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사회에 잔존하고 있는 친일문화와 적폐를 청산하여
독립선열들이 지키고자 한 민족정신을 올곧게 세워나갈 것입니다.
□ 위대한 경기도민이 대한민국 독립의 주역
이석영 선생과 그 분의 형제들뿐 아니라
경기도는 수많은 항일 독립 투쟁의 발원지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단위와 인원이 경기 지역에서
3.1 항쟁과 이후 독립투쟁을 벌여나갔다는 사실이
여러 사료들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3.1 항쟁 당시 조선인을 탄압한 일본 주재소를 전소하고
폭압하는 순사를 처단했던 대표적인 무력항쟁 역시
경기도 화성에서 일어난 거사입니다.
우정 장안지역 2천 4백여 호 가구 주민 대부분이 참여한,
실로 역사적인 항쟁이었습니다.
힘없고 나약하지만 결코 불의에 눈감지 않았던,
경기도민들의 위대한 애국정신과 고결한 희생이
대한민국의 독립을 이끌어온 것입니다.
국난 앞에 단결하고 나보다 모두를 먼저 생각하는
공동체정신은 지금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세계 1억 9천만 명이 넘는 확진자와
4백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도
경기도민들은 세계 어디서도 보지 못한 연대의식으로
서로가 버팀목이 되고 서로의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1,380만 경기도민들께도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일본 과거사 참회는 국제사회 신뢰와 국격 높일 것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가장 수치스러운 것입니다.
지난 2018년 10월 우리 대법원은
국제 인권법과 인류 보편 가치에 기반해
일본의 식민지배가 불법임을 천명하는
역사적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보다 무려 25년 앞선 1993년 8월
가해국 일본의 고노 관방장관은 2년여 간의 조사를 통해
일본군이 위안소와 위안부 모집관리에 관여했으며,
피해자들에 대해 강제력을 행사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럼에도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한 일본 우익들은
과거 역사를 왜곡·부정하며 한일관계를 퇴행시켜 왔습니다.
"역사의 사실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의 교훈으로 직시해가고 싶다"던 28년 전 ‘고노 담화’는
이제 그 진정성마저 의심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식민지배와 전쟁범죄를 저지른 그 어떤 나라도
제대로 된 청산과 반성 없이는
국제사회에서 환영받을 수 없습니다.
과거 잘못에 대한 참회는
진실과 정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용기 있는 행위이며,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고 국격을 높이는 길입니다.
강제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한 법적 책임과
재발방지 노력, 진솔한 사과야말로
위기에 처한 일본이 복잡한 국제관계 속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도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세입니다.
일본 정부는 하루속히 부끄러운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죄와 용서를 통해
역사 발전과 화해의 길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경기도는 역사적 정의와 인류 보편의 가치를
더 많은 국민과 세계인이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정부와 발 맞춰 목소리를 높여나가겠습니다.
□ 경기도가 평화와 공정의 세상을 열겠습니다
선열들께서 고귀한 희생으로 지켜내고자 했던 대한민국은
평화로운 나라, 구성원 누구에게나 공정한 공동체일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을 되찾은 지 76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의 현실은
남과 북이 분단되어 서로를 적대시하고,
많은 청년들은 불공정과 불평등에 힘겨워합니다.
남북 대치의 불안 속에
1,380만 도민의 안전한 삶을 지켜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평화를 실현시키는 것입니다.
경기도는 대북전단 살포 방지, 남북평화협력 사업 등을 통해
분단 상황에서 서로를 적대시하는 현실을 타개하고
평화의 가치를 지켜내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남북이 합의한 훌륭한 평화 로드맵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선언을 제대로 이행한다면,
한반도에는 어느새 평화가 굳건히 자리 잡고,
대한민국은 그 어디에도 간섭받지 않은 강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다시는 외세의 침략으로
공동체와 구성원이 억울하게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경기도가 그 시작점에 서겠습니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공동체의 가치는
공동체를 지탱하고 고난과 위기를 이겨내는
가장 근본적인 동력입니다.
기회는 모두에게 공평하고,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며,
기여한 만큼의 정당한 몫이 보장되는 경기도를 만들어가겠습니다.
함께 사는 공동체를 이루어 가겠습니다.
우리 역사를 들여다보면
억강부약이 작동하지 않고 불공정이 극단화된 체제는 무너지고,
공정한 시스템이 작동하는 시대는 흥했습니다.
특권과 반칙에 기반한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의 정치로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대동 세상을 향해 나아가겠습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미래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세계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민 주권과 자주적 외교권을 당당하게 행사하는,
작지만 강한 나라로 확고히 거듭나고 있습니다.
선열들의 거룩한 희생으로 지켜낸 대한민국에서
구성원 모두가 평화와 공정의 가치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경기도는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경기도민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경기도 전 공직자와 함께 모든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국가 재난 수준의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켜주시는 방역관계자 여러분과
온갖 어려움에도 공동체를 믿고 함께 이겨내고 있는 모든 분들께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내년 77주년 광복절에는
코로나를 슬기롭게 극복해 낸 우리가 서로를 격려하며
광복의 기쁨과 공동체 정신을 나눌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21년 8월 15일
경기도지사 이 재 명